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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5

임서인 | 기사입력 2015/09/10 [15:25]

연재소설 [사랑도둑] 당당한 그녀 5

임서인 | 입력 : 2015/09/10 [15:25]

 


그의 아내의 이름은 김말자다. 김서영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몇 년 전에 개명을 했다. 그녀의 부모는 딸 여섯에 막둥이 아들 하나를 두었다.

 

위로 다섯 언니들의 인물이 출중했다. 부모의  기력을 그나마 물려받아서인지 그녀까지만 봐줄만한 용모였다. 그녀의 바로 밑의 남동생은 부모의 기력이 다한 끝에 낳아서인지 영 볼품이 없었다.

 

5,60년대의 시골의 형편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집들이 다반사이니, 그녀의 집 또한 ×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다. 출중한 인물로 시집을 잘 갈 것 같던 첫째와 둘째 언니에게 실망을 한 그녀의 부모는 두 딸은 일치감치 객지로 내보내 사회생활을 하게 했다.

 

딸 중의 막내답지 않게 그녀는 욕심이 많고, 언니들에게 물려 입는 옷을 몹시 싫어했다. 중학교만 다니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부모의 말을 거역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버스 안내양으로 취직을 했다.

 

흰색 셔츠에 남색 점퍼를 걸치고, 남색 바지, 길게 땋은 머리 위에 베레모를 눌러쓴 그녀의 반반한 인물은 뭇 남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누나였다. 그녀의 깜박이는 긴 속눈썹의 회수에 따라 남학생들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오라는 요구도 뿌리 친 이유를 어른이 되어 그녀가 곰곰 생각해 보니, 그녀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 남학생들의 마음의 파고가 일렁이는 모습을 즐겨했다는 것을 회상하곤 했다. 지금도 간혹, 그때가 정말 좋았었는데……. 하고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그녀의 우월한 외모의 찬사가 버스 안내양을 하던 2년째에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숨이 턱 막히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예쁜 인형이 때를 잘 타듯이 그녀도 때가 묻기 시작했다. 때를 묻혀 가는 와중에도 진실로 그녀를 사랑하는 오빠가 있었으나, 대학생인 그가 그녀의 욕심을 채워줄 만한 사람은 되지 못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남자들의 물질 공세를 옆에서 눈뜨고 보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백화점 구두 판매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구두를 신겨주는 그녀의 가늘고 부드러운 흰 손끝에서 타고 올라오는 색기를, 남자들은 몸을 파르르 떨며 가운데에 힘이 몰려가는 것을 느끼며 당황해했다.

 

그녀의 가난한 오빠는 거기까지 따라왔으나, 먼발치에서 고뇌의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가난한 오빠가 보내는 편지에는 절절한 사랑과 절망이 뒤범벅이 되어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 그 우울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그녀를 혼란에서 건져낸 것은 대기업에 다니는 지금의 남편이다.

 

혹하게 반할 정도의 남자는 아니어도 서글서글한 눈매가 자신이 부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그의 예의가 묻어나는 말투, 세련 된 발자국 소리, 그녀가  그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게 되었을 쯤. 그가 문득 내미는 꽃다발 속의 산호꽃이 새겨진 은가락지를 보고 그만 먼발치에서 사랑의 눈빛을 보내는 오빠를 외면했다.

 

그러자 쏟아져 들어오는 그의 선물 속에 묻혀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가 되는 냥, 오빠에게는 살짝 안겨만 주던 것을 그에게는 모든 것을 다 주었다. 오빠의 고독한 발자국 소리가 지구가 공허하게 울리도록 떠나가는 소리에 잠시,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의 질속으로 들어오는 그의 질풍노도에 잊어버렸다.

 

결혼을 했다. 그가 대기업에서 나와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회사를 차렸다. 그럴 듯한 회사의 규모에 고향에서는 그녀가 출세를 했다고 그녀가 남편의 차에 몸을 묻고 내려갈 때마다 찬사가 따랐다.

 

그녀의 탱탱하던 살결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요구하는 남편의 사랑의 행위에 점점 지쳐갔다.  아이 둘을 낳아도 변함없었다. 병원에서 성도착증이라는 병명을 듣는 순간, 그는 아찔했했다.

 

그녀는 처음 접하는 병명이었으나, 그의 설명을 듣고는 아득했다. 뇌가 이상이 있어 육체적인 병이라는 소리에 그녀의 고민은 더 깊어만 갔다. 남편의 뿌리로 내려가 살펴보니 거친 사막 속을 한없이 걸어가고 있는 절망이었다.

 

그를 이해하고, 그는 자신의 병을 알고 극도로 자제하고 노력했으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약물로 치료를 하고, 심지어 직업여성에게 가라는 말까지도 했으나, 에이즈의 공포에 떨고 있어 갈 수가 없으며, 사랑하는 아내를 놓아두고 왜 가느냐는 반박에 죽을 맛이었다. 그녀가 짧은 한문 실력으로 알아낸  과유불급의 단어를 입속으로 중얼거릴 때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아마 그 날이 토요일이었을 것이다. 이혼하자는 그녀의 생떼에 그는 등산 장비를 갖추고 덕숭산으로 올랐다. 가끔 인생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는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듯이 자신을 돌아보고 오는 그가 그 날도 덕숭산에 올랐다가 휘향을 본 것이다.

 

휘향을 병원에 데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휘향의 이야기를 했다. 가족에게 연락하기 위하여 그가 가져 온 가방을 열어 살피던 그녀가 수첩을 들추다

    

-저만치 홀로 피어 있는 꽃-

    

하고 중얼거렸다. 여기저기 수첩을 넘겨보았으나 그 글자 외에는 그녀의 가족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회사에 잠깐 나간 사이 수첩을 들고서 생각에 빠져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녀는 수첩을 쳐다보다 멀찍이 떨어져 그녀를 보고 있는 남편을 쳐다보다, 온 미간을 찌푸리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통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의 행동에 눈치를 살피다 입을 떼었다.

 

“당신이 병원에 가서 그 여인의 병원비를 내주시오.”

 

“여보, 내 생각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나긋해진 아내의 목소리에 그는 기쁜 나머지 그녀 곁으로 다가오려다 손을 뻗어 제지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도로 주저앉았다.

 

“그녀를 우리가 사 놓은 아파트로 데려와요. 오갈 데 없는 여자 같으니 당신과 살 수 있는지 물어봐요, 그 여자가 당신과 살 마음이 있다면 보상은 평생 쓸 만큼 준다고 하세요. 대신 낮에 잠깐씩 그 여자에게 머무는 것은 좋으나 잠만은 집에 와서 주무세요. 곰곰 생각해보니 이혼은 당신의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 나이에 어디에 가서 이만큼 풍족하게 살아 갈 수 있지도 않고요. 다른 여자들이 평생 해도 못다 할 만큼 해 보았어요. 이젠 지겨워서 하고 싶지 않아요. 내 생각이 어떤가요? 제발 반대하지 말아주세요.”

 

그녀의 눈빛은 정말인 것 같았다. 그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휘향을 등에 업고 올 때의 설렘을 떠올렸다. 시시때때로 쳐들어오는 충동을 자제하며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딱 한번, 골목길을 걸어오다 젊고 어여쁜 여자가 저쪽 끝에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부모님의 집 안마당에 피어있는 장미꽃처럼 화사하게 다가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꺼내 흔들어대다 여자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주차 되어있는 차량 사이에 고개를 쳐 박고 한동안 흐느껴 울었었다. 자신이 저주스럽고 혐오스러워 한동안은 자제가 되었으나, 또 다시 일어나는 충동은 자제가 싶지 않았다. 흰 분칠 안에 누렇게 뜬 아내의 얼굴을 바라볼 때마다 이혼을 해주어야 하면서도 아내 없으면, 하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아내가 여자를 들이잔다.

 

얼굴은 못생겼지만 몸매는 봐줄만했다. 마음은 아내의 말에 기쁘면서도, 얼굴은 근심을 띠며 그런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그 여자가 우리말을 따르겠느냐? 하고 억지 말을 했다. 여자만 데려오면 설득은 자신이 하겠다는 아내의 말에 마지못해, 이 아파트를 아내와 꾸몄던 것이다.

 

-여자가 올려고 할까?- 하고 중얼거리는 그의 말을 아내는 -돈을 많이 준다는데 안 올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아마 돈이 없는 것도 자살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니, 여자를 데려와만 달라- 할 뿐, 아내는 그와 더 이상 말을 나누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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