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의 시] 화답(和答)
김명숙 | 입력 : 2016/12/19 [14:15]
화답(和答)
김 명숙
꽃잎 날리듯 가랑가랑 눈이 내리는 겨울밤,
사내들이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암내 맡은 고양이들처럼
슬금슬금 박가네 골방에 모여들어 화투판을 벌인다
너 댓 번 돌아간 화투판 열기는 금세 달궈지고
사내의 걸쭉한 농짓거리가
웃음소리와 섞여 담을 넘는다
천연덕스럽게 내뱉은 사내의 짙은 농에
마당가에 소복히 눈을 맞고 있던 동백이
눈 녹아 질척거리듯 아랫도리가 가려워 와
얼결에 부풀어 오른 꽃잎을 잠깐 열었다 도로 닫고
정지문 열어 제치는 마른 기침소리에
누군가 넌지시 건너다 보고 있었음인지
희미한 그림자 눈밭 속에 숨어든다.
김명숙 시인
프로필
*시인, 아동문학가
*시집 <그 여자의 바다>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 "새싹" 저자
*가곡 31곡/ 동요 62곡 발표
*이메일:sunha3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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