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백 학
희미하게 밝아 오는 아침이였죠
몹시도 추웠던 어젯밤 술 취한 동생을 따라왔던
중년의 거지 여인과 넝마를 걸친채 빨갛게 얼어
있던 그녀의 어린 딸은 천천히그들만의 아침
상을 비워내고 있었습니다
또 다시 그들 만이 걸어야할 골목길과하룻밤 따스했던
잠자리와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지조차 모르는
허기짐과부끄러울 수 없이 울컥이는 현실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꺼지지 않고 깜박이는 형광등처럼 밤새 잠 못주무시던
어머님은 괜실히 소리내어 설거지를 하시고 아버님은
끝내 방에서 나오시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술이 덜깬 것인지 거실 구석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고 나는 마냥 할 일 없는 사람처럼 창 밖
눈내리는 것만 보고 있었습니다
뿌옇게 눈 내리는 아침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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