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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단편소설] 잃어버린 이야기 1회
 
박종규 소설가

 

 

 

 

<박종규 단편소설> 잃어버린 이야기 1회

 

 

“그 대가리를 아주 작살 내 버려! 다시는 휘두르지 못하게.”

 

추수가 끝나가는 가을 들녘, 나지막한 구릉 위로 감색 노을이 찾아들고 있다. 검은색 벤츠 승용차와 코란도 한 대가 십여 미터 간격으로 마주 서 있는데, 그 사이에서 청바지 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이 땅에 나뒹구는 남자를 향해 발길질과 주먹세례를 퍼부어댄다. 남자의 갈색 잠바는 흙 범벅이 되어 찢겼고, 부르터진 눈자위에서는 선홍색 피가 흘러내려 코피와 섞인다.

 

그러나 사내를 향한 사내들의 폭행은 삼십 분이 지나도 끝날 기색이 없다. 남자는 사내들의 발길질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뒤틀면서 비명을 질러댔으나 반향 없는 외침일 뿐이다.

 

“이 새끼, 꼴에 물건 하나는 좃나 커 개지고.”

 

발길질이 뜸해진 것은 사내들이 숨을 돌리기 위해서인데 그 틈에 한 사내가 잭나이프에서 칼을 세운다. 그는 주위 동료를 흘깃 쳐다본 다음 쓰러져 신음하는 남자의 몸뚱이를 돌려 눕히며 지퍼를 내리려 한다. 칼날이 노을빛에 번뜩이자 정신이 몽롱한 속에서도 남자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려 사타구니를 감싼다.

 

“이 새끼, 가만있으라.”

 

“제, 제발 그것만은.”

 

두 손을 마주 비비며 애원하는 모습이 처절하다.

 

“어~쭈! 고것 아까운 건 아는 모양인데, 하긴 넌 이제부터 남자로선 끝장이 나는 거지.”

 

사내는 주먹질로 얼굴을 찍어 눕히면서 다시 지퍼에 손을 댄다. 그때 이를 지켜보던 다른 사내가 담뱃불을 내던지며 한마디 거든다.

 

“도려내서 뭘 해? 그냥 짓이겨 버려.”

 

말이 끝나자마자 세 명이 달려들어 움츠린 사내의 허리, 엉덩이, 사타구니를 마구 짓밟는다. 사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흐느적거리다 무릎께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순간, 정신을 놓아버린다.

 

노을은 무릎까지 가라앉아서 사내들의 얼굴에 닿았던 붉은 기운을 닦아 내리고 있다. 벤츠 뒷자리에 우람한 돌부처처럼 앉아 있는 여인의 황금색 목걸이도 노을빛에 붉게 물들고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사내의 무너져가는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참이다.

 

도톰한 손가락에 끼워진 굵은 금가락지와 귀에 걸린 장신구들도 함께 번뜩이는데, 특히 그녀의 유난히 큰 눈에는 남자 몇쯤 족히 거느려 욕정을 채울 것 같은 탕 끼가 서려 있다.

 

“네가 날 두고 딴 년들과 배신을 때려?”

 

아래턱 살을 부르르 떨면서 혼잣말처럼 지껄이던 여인은 운전석 옆에 서 있던 남자를 불러 귀엣말을 한다.

 

“이봐요. 완전히 못쓰게 하진 마요.”

 

“예? 아주 작살을 내라 하셨잖아요?”

 

“그래도…….”

여인은 흙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내에게 음탕한 눈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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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2/23 [13:55]  최종편집: ⓒ plu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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