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학농민군에 대한 흙 드로잉 이야기 '김용련 작가'

임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4/08/06 [19:20]

[인터뷰] 동학농민군에 대한 흙 드로잉 이야기 '김용련 작가'

임서인 소설가 | 입력 : 2014/08/06 [19:20]
▲ 김용련 화백    © 임서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플러스코리아타임즈 임서인] 동학농민군의 아낙네들이 전사한 남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울부짖으며 상여꾼들과 함께 불렀던 만가이다.

농민군의 적인 일본군대 파랑새와 전봉준이 이끄는 녹두밭인 농민군이 이기기를 바라는 민중인 청포장수의 소망이 좌절되었다.

갑오세 갑오세
을미적 을미적거리다가
병신되면 못가보리

동학군들이 외국군대를 맞아 진군하면서 부른 노래이다. 갑오년 (1984년)에 낡은 것을 해치워야 하는데 미적거리다 을미년 (1895년)을 흘려보내면 병신년(1896년)이 되면 혁명이 실패할 것이라는 안타까움의 노래이다.

꽃가마 속에 누워 하늘 길 오를 때까지 동학군들은 애달픈 이 노래를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차마 이 세상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이 노래를 불렀던 아낙들과 동학민들은 오늘도 녹두꽃으로 계속 피고지고 있건만,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는 저 들풀처럼 번져 여기저기에서 속닥이고 있건만, 그래도 그들은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다. 12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동학 민초들의 이야기는 진행형이다.

갑오년이 있어 다시 갑오년, 육십갑자 두 번 바뀐 2014년.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려고 12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했지만 그만 세월호에 묻히고 말았다.

하필이면 갑오년에 세월호라니. 힘없는 민중들의 오열이 또다시 들풀처럼 여기저기 번져 나간다.

하지만 흙드로잉 김용련 작가만은 이야기를 멈출 수가 없다. 더더욱 세월호로 안타깝게 죽어간 그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동학군들의 한을 풀어내지 못해 가슴이 답답하다.

그는 그들의 이야기를 황급히 손질해 내놓는다.

▲ 배부른 사또     © 임서인

 
농민은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에 등골이 휜다. 배가 고프다. 배부른 사또야 등따습고 지 배부르면 태평성대라 말하며 뒷짐 지고 곰방대 입에 물고 어슬렁거린다. 그 모습 보며 '사람이 하늘이다‘는 평등한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울림이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사람 사는 세상의 도래를 꿈꾼다. 그들이 들불처럼 일어섰다.

▲ 노역     © 임서인
▲ 노역에 시달리다     © 임서인

 
“갑상애비 앞장서유”

더 이상 평등치 못한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니 등 따닷하면 내 등도 따습고, 내 배부르면 니 배도 불러야 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우리 함께 만들어보세꾸나. 갑상애비, 갑동이, 갑오동이 뒤서거니 앞서거니 녹두장군 앞에 일렬 모여 섰다.

▲ 갑상애비 앞장서유     © 임서인

 
녹두콩만큼 작아서 녹두장군 전봉준은 우주만큼 큰 가슴으로 민중의 아픔을 받아들고 앞장서 간다. 갑상애비 그 뒤를 따른다. 남자만 이 세상 주인이더냐 뒤질세라 여장군도 따른다.

▲ 녹두장군     © 임서인
▲ 여장군     ©임서인
▲ 빨리가자 농민군 굶는다     ©임서인

 
그들은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모였다.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분노로 이글거리는 강렬한 눈빛,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나운 눈빛, 새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강한 의지와 엄청난 용기를 목격한 말목장터 감나무.

▲ 말목장터 감나무 싹났네     © 임서인
▲ 징징징 앞장서세     ©임서인

 
가자! 가자!

징징징. 징을 울려라. 둥둥둥. 북을 울려라. 꽹꽹꽹. 꽹과리를 울려라. 덕더쿵 덕더쿵. 장구를 울려라. 동학농민 나간다. 깃발을 높이 쳐들어라!

▲ 빨리가자 농민군 굶는다     © 임서인

 
"고부성(古阜城)을 점령하고, 조병갑(趙秉甲)을 처형하고, 무기고를 점령하여, 탐관오리를 처단하여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곧 하늘인 세상을 만들어 보세.“

▲ 사발통문     © 임서인

 
갑상애비, 갑동이 이름을 쓰고 전봉준을 쓴다. 둥그렇게 둥그렇게 이름을 쓴다. 누가 대장이더냐? 물어도 알 수가 없게 이름을 쓴다. 그 이름은 하늘 길로 가는 포문을 열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름 석 자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각 마을 접장들에게 사발통문은 날아가고 고종과 민비는 왜놈의 새끼에게 신식무기로 자식같은 민중을 죽이라고 초청을 한다.

▲ 왜놈의 새끼들     © 임서인

 
훈련도 받아보지 못하고 농기구와 죽창 든 동학군은 왜놈의 새끼의 신식무기에 무참히 핏빛 한을 남기고 사람처럼 살고자 한 소박한 꿈은 산산히 부서졌다.

▲ 전봉준 압송장면     © 임서인
▲ 전봉준은 왜     © 임서인

 
김용련 작가는 여기까지 급히 그날의 그들을 흙드로잉했다. 그러나 차마 이어지는 이야기만은 만들지 못하리라. 전봉준이 새 세상을 만들어주고픈 사람들에게 당하는 장면만은 차마, 차마 가슴이 미어져 흙드로잉하지 못하리라. 그의 가슴이 진정이 되면 이 이야기마저 흘드로잉 할 것인가?

전봉준이 잡혀간다. 동학 대장들이 잡혀간다. 광화문 앞  형조에서 달구지를 타고 양화진 절두산까지 가는 도중, 고종과 민비가 고용한 보부상 무리들은 전봉준이 탄 달구지에 돌을 던지고, 침을 뱉으며 역적놈이라며 욕한다.

 

 

형리들이 쉬느라 달구지가 멈추면, 보부상들이 달려들어 전봉준의 뺨을 신발로 후려치고 머리끄덩이를 잡아댕겼다. 백성들은 혀를 끌끌 차며 바라볼 뿐, 나와 무관한 사람 보듯이 바라만 보고.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절두산에서 동학도 괴수의 목이 떨어진다는 방문을 보고 전국에서 몰려온 구경꾼들. 외국인들과 녹두장군의 최후를 간직하려는 동학교도들이 몰려들어 양화진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언 몸을 녹이라며 어죽을 파는 아낙이며 엿파는 총각. 연 날리라며 연파는 아이들. 엉금엉금 기어서 형장으로  가는 전봉준에게 또 고종과 민비가 고용한 시정잡배들이 발길질을 해댄다.

만신창이 된 전봉준 앞에 한 청년이 푸른 배추이파리로 뺨을 후려치며

“역적놈아, 네놈이 녹두장군이더냐? 에라 이놈아 이 배추이파리로 녹관이나 쓰고 임금놀이를 해라.”

발로 전봉준 장군의 얼굴을 걷어찬다. 피가 튀고 포졸들은 배를 잡고 웃고, 동학교도들은 터져 나오는 곡을 참느라 저마다 제살을 꼬집고 있을 뿐.

누구를 위한 혁명이던가?
누구를 위한 피흘림이던가?
어디를 향하던 분노이던가?
어디를 향하던 정의였던가?

보부상들은 동학도를 향한 발길질이 자신을 향한 발길질이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
전봉준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웃는 포졸들은 누구인가?

세월호로 분노한 민중을 향한 어버이연합 회원, 엄마부대 봉사단의 야유와 조롱은 누구를 향한 몸부림이던가?

사람 사는 세상이 오는 그날이 오면 김용련 작가는 누구나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흙드로잉 하기 위해 잠시 손을 멈추고, 황토현에서 부는 바람에 나부끼는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깃발 아래에서 흙드로잉한 것을 전시해 놓지만 올해는 찾는 이가 적었다.

힘없는 민중들과 지배세력 사이의 싸움이 어찌 갑오년 그날만이던가?

탐관오리의 가렴주구는 어찌 갑오년만이었을까? 오늘도 부정부패로 민중의 고달픔은 안중에도 없고 제 배 채우느라 여념이 없고,  곳간을 터지도록 메우고 또 다른 곳간을  짓느라 급급한 지배층들의 횡포에 광화문 광장이 깃발로 나부낀다. 허기진 민중의 눈이 시퍼렇다. 분노로 이글거리며 세상을 바꿔보자며 목청을 높힌다. 힘주어 높이 쳐든 주먹만이 허공에 허우적거릴 뿐이다.

그 파랑새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부리를 앞세워 녹두밭 이 끝에서 저 끝을 날고 있고, 청포장수는 아직도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다.

황토현과 광화문이 이어지는 그 길 위에서 김용련은 흙드로잉으로 민중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김용련 작가는 황토 빛 농민의 얼굴과 그 거친 손이 동학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 했다, 곡식을 싹 틔우는 백성의 목숨 줄인 황토가 주재료이다.

 

그는 거친 농민의 숨결을 형상화하는데 용이한 ‘흙 드로잉’이라는 형식을 택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동학도의 인물 군상을 보여준다.  ‘흙 드로잉’은 점토를 이용해 대략의 형태를 빠른 시간 안에 제작하는 것. 흙과 색, 그 손맛을 살리기에 적합한데,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고 있어 거친듯하지만 빠르게 표현한 군더더기가 없는 형태가 그만이다.

 

손가락의 감각적 터치가 살아있는 흙 맛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저 멀리에서부터 농민군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김용련은 원광대 조소과와 전북대 아동학(석사)을 졸업했다. 현재 정읍시생활문화예술동호회 회장, 흙소리 대표, 강살리기정읍시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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