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 같아라] 暻井. 공원의 낙엽은 쌓여도 수북한 정감덩이들이라 친구 한 녀석 앉혀 놓으면 시간 물 쓰듯 하겠지. 금속 콘클 플라스틱 없는 나무와 나무와 풀과 풀로 이뤄진 풍성하고 풍성한 새로 바람마저 상큼하다. 바스락 무성음 하나 베토벤의 한 음절 이태백의 한 구절 못 지어 이 모양이지 끝 간데 없는 감흥은 오행산 밖에 있단다. 햇살 쉬는 가을 오후 공원 벤치에 마음 걸쳐 놓으면 빳빳한 지폐처럼 튼튼해진다. 입동이라는 데 뭔 상관이야 지금 천하 제일 기분인데 더도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 오행산: 서유기에 나오는 산으로 하늘나라에서 소란 피운 손오공에게 석가부처가 '내 손바닥을 벗어나면 하늘나라가 네 것이다.' 하였다. 이에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날아 십만 팔천리를 가자 다섯 기둥의 산이 가로막아서 '손오공 왔다가다'라고 써놓고 석가부처에서 다시 돌아왔다. 손오공은 하늘나라는 내 것이다. 하자 석가부처는 내 손바닥만 빙빙 돌지 않았느냐 하며 손바닥을 펼치자 손오공이 써놓은 글자가 적혀있다. 손오공이 다시 해보자며 날자 석가부처는 손오공을 잡아 오행산이라는 산밑에 깔려 가두고, 배고프다면 쇠를 먹이며 물이 먹고 싶다면 쇳물을 먹여라며 오행산의 토지신과 산신에게 명령했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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