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0

임서인 | 기사입력 2015/10/19 [05:13]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0

임서인 | 입력 : 2015/10/19 [05:13]

 

 

 

 

연재소설 [사랑도둑년] 당당한 그녀 10

 

                                임서인

 

서울로 돌아온 휘향은 감각적인 육체에 길들여진 자신의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그에게서 배운 것은 성적인 욕망을 감추거나 억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즐기라고 가르침을 받았다.

 

섹스를 위한 도구를 준비하여 그의 감각을 녹다운 시킨다고 했지만, 그녀에게 작별의 인사도 하지 않은 그의 냉엄함에 그녀는 어쩔 줄 몰랐다. 녹아들듯 그녀의 온 몸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그녀와 한 몸을 이루었던 자신에게 이처럼 냉정할 수 있는 것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정리하지 않은 짐들 속에서 며칠째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생활이 격하게 변할 때 자기를 돌아볼 능력이 있는 인간은 명상에 젖기가 싶다고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궁리했다.

 

그녀는 꾸려진 고급스런 짐, 그녀의 미래를 위한 몇 개의 통장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노력으로는 장만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 사람이 불필요한 것을 잔뜩 가지고 있는 것을 자신이 필요한 것만큼 얻어왔다고 애써 자위를 했다.

 

그에게 매여 있는 동안은 그녀는 자유인이 아니었다. 자유가 없는 것은 생명을 잃은 것과 같은 것처럼, 그녀의 5년은 무덤 속에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결박하는 밧줄을 그와 그의 아내에게 허락하고서 이제, 웅크리고 앉아 생각해보니 자신의 자유가 빼앗겼음을 알았다.

 

인간이 행복을 누리는 것 중의 하나가 아무에게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우며, 남의 의지가 아닌 자기의 의지로 사는 일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육체의 욕망을 눌러야 하는데, 그에게서 배운 마음껏 만끽한 육체의 욕망 앞에 휘향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한숨이 절로 났다.

    

그러나 전 남편과 헤어질 때 느꼈던 막막함은 없었다. 든든한 통장이 남편 대신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는, 자신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한결 예뻐진 그녀의 미모도 그녀를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인간은 몸이 앓든, 영혼이 앓든, 한번 앓고 나면 어떤 방향을 잡고서 성장을 한다. 또한 한번 괴로워하고 나면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하기도 한다.

 

우두둑 하고 그녀가 일어서자 무릎에서 소리가 났다. 다시 주저앉아 다리를 쭉 폈다. 두 손으로 두 다리를 주물렀다.

 

그와의 쾌락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영원하기를 바랐다. 며칠째 고민으로 감각이 잠시 웅크리다 고민이 끝나자 고개를 쳐들었다. 허기진 배도 지쳐 배고픔을 잊었건만, 아랫도리가 움칠거리며 고개를 빳빳이 쳐든다. 다리를 주무르던 손이 허벅지까지 올라오고 손이 그의 음부 곁을 스치자 그가 생각났다.

 

그의 그것이 자신의 동굴을 가득 채우면 ‘살려달라’ 참을 수 없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 그녀를 구하기 위하여 목마를 탄 왕자처럼, 그의 맥박이 말발굽 소리처럼 거세고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구출하곤 했다. 

 

그녀는 그의 음부를 쓰다듬으며 참을 수없는 욕망에 몸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손을 거두고 다시 일어섰다. 저만치 내팽개친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114 교환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소도우미를 파견하는 직업소개소 전화번호를 물었다. 교환원의 안내에 따라 직업소개소에 전화를 걸어 청소도우미 세 사람을 구했다.

 

잠시 후, 청소도우미가 도착하자 그녀는 일을 시키고는 목욕 준비를 하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5년 동안 비운 서울은 많이도 변해있었다. 새로운 도시처럼 느껴지고 명랑하게 도로가 밝아 보였다. 서울을 떠날 때는 어둡고 칙칙하던 거리의 가로수들도 시퍼렇게 기를 세우고 당당하며, 저 끝에 보이는 도로가 금방이라도 날개를 퍼득여 날아갈 것만 같았다.

 

양 옆으로 죽 늘어선 가로수들이 마주선 연인처럼 정다워 보이고, 건물 끝자락에 걸린 하늘마저도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트리고 깔깔거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목욕탕을 찾아내고 금방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왔다. 청소 도우미는 그녀의 안방을 정리하고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청소도우들의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화장대에 가지런히 진열된 화장품을 보며 넌지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빠른 손놀림에 얼굴이 몰라보게 아름다워졌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요리저리 얼굴을 비추어 봐도 자신이 반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 정도면 금방이라도 그녀의 욕망을 채워 줄 남자를 만날 것 같아 회심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녀는 그날 모르는 남자를 만나 그가 베풀었던 향연에는 못 미치지만 현란한 잔치를 벌였다. 그녀의 이런 잔치는 이틀이 멀다하고 이어졌다. 상대가 매번 갈리는 것에 흥미가 생기고 재미있었다. 남자를 탐구하는 여유도 생기고, 남자를 사냥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여 그녀의 덫에 걸리는 연약한 나비는 벌벌 기며 혀를 내둘렀다. 그녀와 같이 이런 향락을 누릴 수 있는 동반자적인 친구를 사귀고는 더 대담해졌다.

 

서쪽에서 귀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보살의 말을 믿으며 거여동에서 송파쪽으로 나가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 할 일없이 차를 마셨다. 그녀가 서쪽으로 나갈 때에는 페르몬 향수라고 불리는 향수를 더 많이 뿌렸다. 그래서일까 그날도 그녀는 발걸음을 흥겹게 내딛고, 흥얼거리며 길을 가고 있었다.

 

“암캐처럼 아무하고나 하면 쓰나?”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휘향의 귀에 들렸으나, 자신과 상관없는 소리려니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감은 늦감이 더 달고, 바람은 늦바람이 더 세다고 늦바람 든 여자의 엉덩이가 쥑이는구만.”

 

그 소리에 희향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만치서 차들이 내달리고, 건물과 건물들 사이에 몇 그루 나무들과 키 낮은 철쭉의 시퍼런 이파리들이 빙둘러 친 낮은 울타리 같은 콘크리트에 살짝 걸쳐 앉은 남자가 앉아서 휘향을 향해 야릇한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소리를 들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소리는 자신에게 한말이라는 것을 알자 기분이 불쾌해졌다.

 

“꼬리를 제법 잘 치는 것 같은데 내 무릎 꿇게 하지 않겠소?”

 

수염이 덥수룩하고 코가 서귀포 앞바다에 홀로 우뚝 선 외돌개같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떡 벌어진 어깨가 그의 품 마냥 넓어보였다. 순간 그녀는 그를 떠올리자 욕정이 생겼다. 바람과 꽃이 정분이 나, 꽃이 만발한 춘사월도 지났건만, 그녀의 가슴은 춘삼월마냥 매번 설레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남자를 탐하고 다닌 것을 남자에게 들킨 것 같긴 하지만, 아무렴 어때. 제깟놈이 자신의 인생 책임져줄 것 같지도 않으니 잠깐의 사랑놀음 한다한들 누가 뭐랄 사람이 있는가? 똥개마냥 바람난 여자 잘도 알아내는 것이 신통방통했다.

 

“나 같은 여자 알아내는 재주 비상한 걸 보니, 당신도 그쪽으로는 만만찮은 남자 같습니다.”

 

그녀가 부끄러움 없이 말했다. 상대가 농하면 그녀도 농으로 받아치는 능력을 그에게서 배운 터라, 부끄러워할 리가 없었다.

 

“죽이 척척 맞는 걸 보니 나도 여자 보는 눈이 도사가 다 되었구만. 저기 보이는 저 집으로 가겠소?”

 

그가 가르치는 손끝을 따라가 보니 아치형의 모텔이었다.

 

“좋습니다. 통성명은 하지 맙시다.”

 

“내가 바라는 것이지. 나야 떠도는 김삿갓이니 이름 알아 무엇하겠소.”

 

그녀는 그의 점잖은 말투에 고개를 갸웃했다. 상스러운 말을 하는데 상스럽지 않고, 천박하게 지나가는 여자에게 회롱을 하는데 천박하지 않았다. 그녀가 비록 하룻밤 사랑 놀음에 재미를 붙였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의 정성도 드리지 않는 남자와는 그 짓을 하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팔짱을 끼는 것이 좋겠지요?”

 

그가 일어나며 팔을 내밀었다. 그 바람에 그가 깔고 앉았던 철쭉 이파리가 축 늘어졌다.

 

그녀는 거리낌없이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었다. 그의 단단한 살결이 만져지는 것 같아 흥분이 일었다. 흐물거리는 살을 가진 남자들과 하는 것은 그 짓도 흐물거리다 끝나버리는 일이 허다한지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살은 단단해 보이는 것이 섹스를 잘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말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모텔방으로 들어갔다.

 

항상 하는 공식에 따라 목욕제게하고 합궁을 하기 위해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녀는 다른 때보다 잔뜩 기대를 하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손길이 자신의 온몸을 어루만져 주기만을 기다렸다. 여출액이 땀방울처럼 뚝뚝 떨어지며 질을 부드럽게 하고 있었다. 자궁이 상승하며 팽팽히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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