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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미래에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새벽을 깨우리로다> 목천의 시 나의 다이어트

시인 / 沐川 정 병 렬 | 기사입력 2008/12/17 [22:12]

"마음은 미래에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새벽을 깨우리로다> 목천의 시 나의 다이어트

시인 / 沐川 정 병 렬 | 입력 : 2008/12/17 [22:12]
   
   


   
< 나의 다이어트 > 


   날마다 넘긴다, 백지 한 장


   흠뻑 젖은 삶의 땀방울

   강바람 귀가길 스멀스멀

   말려 간 하루

 
   저녁마다 마신다, 녹차 한잔

   어스름 시 한 모금 머금고

   먼 산 바라보기

 
   밤마다 배운다, 파도소리

   허공을 치다가 맑아져서

   종국엔 무위의 허공을 덮는 바다

 
   아, 수평으로 눕는 나의 바다 
    


▲ 한마디로 영육간 다이어트 없이는 비만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못 먹고 허덕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다이어트시대가 되어버렸다. 아프리카에서만 하루에도 굶주려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데 말이다. 군살을 못 빼서 끼니를 거르다 못해 살점을 깎아내는 수술까지 하는 세태에 이르더니, 이 무슨 변괴인가. 십 년전 아이엠에프 사태로도 부족했는지,  또 다시 올 가을 들어 바짝 몰아닥친 금융한파로 실물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돌이켜 보면 해답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몸만 비대해진 것이다. 한마디로 영육간 다이어트 없이는 비만증을 앓을 수밖에 없다. 

 나의 다이어트는 외면보다는 내면에 무게를 둔 다이어트다. 육체는 물론 정신적 사치와 탐욕 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욕망이 비대해지면 자기 파멸을 부르고, 나아가 상대방의 설자리까지 빼앗음으로써 결국은 모두의 설자리를 망친다. 올바른 나를 배려할 때 남도 나를 배려하게 되는 것이다.

 다 같이 잘 살자고, 행복하자고 정치도 하고 교회에도 나가고 예불도 드리는 것 아니겠는가. 군자 선비는 아니더라도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날마다 다이어트를 한다.

 결론적으로 죽어서 어떻게 내세의 바늘귀만한 천당 문에 들 수 있겠는가. 날마다 땀 흘려 일하고, 백지장 하나 깨끗이 넘기려는 삶의 자세로, 저녁 창가 차 한 잔에 어스름 먼 산을 바라보는 여유와 휴식, 그리고 밤 잠 자리에 들어 버둥거린 파도를 잠재우며 고요한 수평의 바다를 이루듯이 잠이 드는 삶. 이렇게 이 시는 하루여정이자 인생과정을 그려놓고 있다.

 요새 떠들어대는 다이어트 아무리 해보아도 영적인 다이어트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게 결코 아름다울 수도 즐거울 수도 없다. 정신적인 뿌리 없이 어떻게 꽃이 피랴! 꽃이 아름다운 것은 분수를 알고 제자리를 지켜 뿌리로부터 층층이 이파리를 피워 올리고 나서야 예쁜 꽃이 피어서다. 나 혼자만 피면 외롭다고 여기저기 피어 나는 저 들판의 무성한 풀꽃이 부럽다.

 아름다운 꽃이 되기 위해서 날마다 삼종기도나 예불이 있고, 금식기도나 백팔배수행도 있을진대, 이것이 다 온전한 나를 가꾸어 가는 다이어트라 할 것이다.  

 어느 철학자는 호주머니에 항상 조약돌 하나를 넣고 다니면서 돌처럼 되자고 돌을 만지작거리고, 내 친구 원산(遠山)은 스트레스를 벗기 위해서 입버릇처럼 자존족(自存足)을 씹으렁거렸기로 항상 건강하다고 자랑이다.

 가톨릭교회에선 호흡기도 란 게 있다. 숨을 들어 마실 때 하느님!, 내뱉을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속삭이거나 마음을 모두어 염한다.

 웃음 요법 또한 얼마나 좋은 다이어트인가. 나는 호흡기도와 웃음요법을 나름대로 적절히 실천하고 있는데 큰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아침 일어날 때와 잠자리에 들 때 혼자서 빙그레 웃는 것만큼은 꼭 실천하고 있다. 그래선지 나더러 나이보다 젊다고들 한다.

 호주에서 얼마 전 시작한 허그(껴안기)운동이 세계 곳곳으로 전파된 적이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껴안아주는 것이다. 낯모르는 사람이라 얼마나 당황하랴! 그러나 그것이 서로를 위해서 외롭고 인정이 메마른 마음들을 다소나마 풀어주고 서로의 소통의 다리가 되어주었으리라. 

 
▲ 자 가자. 무겁고 괴로운 몸, 거품을 털어내는 파도가 되어 오늘밤 잔잔히 잔잔히 수평으로 눕는 나의 바다로 돌아 가자구나.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남을 돕고 봉사하는 봉사와 기부 다이어트다. 이것만큼 우러러 보기 좋은 다이어트가 또 있을까!

 우리의 골프스타 최경주가 기부금을 내놓고 난 뒤 말한 적이 있다.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거기에서 줄곧 에너지가 나오더라.고.

 수년 동안 연말 성탄절 무렵이면, 전주 모 파출소 화단 속에 수백만 원, 어느 핸가는 천만 원이 넘는 거액을 무명으로 던져 놓고서 경찰에 전화로 익명을 고수하는 얼굴 없는 기부천사! (작년 말에도 여전히 익명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난 달, 방송과 신문이 알린 사실이다.

 6 년 동안 8억 5천만 원을 기부한 전국 1등 기부자가 익명을 고수해오다가 그만 실체가 밝혀지고 말았는데, 놀랍게도 그는 20대 연예인 문근영씨(여. 21)로 알려져서 즐거운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수억대에서 코흘리개 동전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유, 무명의 구원자로 추앙 받는 분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일신상의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다이어트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기차게 넘쳐나야 하리라.

 조선조 중종 때 벼슬길에 나섰다가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삭탈관직에 명본산으로 들어가 자칭 팔여거사로 살았다는 김정국의 팔여(八餘)를 소개한다.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히 먹고 / 등 따뜻하게 넉넉히 잠자고
 맑은 샘물을 넉넉히 마시고 /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히 읽고
 봄꽃과 가을 달빛을 넉넉히 감상하고 / 새와 솔바람소리를 넉넉히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향기를 넉넉히 맡는다.
 그리고 이 일곱 가지를 넉넉히 즐기니, 이것이 팔여다.    
                    

 팔부족은

 진수성찬을 배불리 먹고도 부족하고 / 휘황한 난간에 비단병풍을 치고 자면서도 부족하고 /    이름난 술을 실컷 마시면서도 부족하고 / 멋진 그림을 보면서도 부족하고 / 아릿다운 여인과 한껏 즐기고도 부족하고 / 좋은 음악을 듣고도 부족하고 / 희귀한 향을  맡고도 부족하다고 여긴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 일곱 가지 부족한 게 있다고 한탄하는 것                                         

 자 가자. 무겁고 괴로운 몸, 거품을 털어내는 파도가 되어 오늘밤 잔잔히 잔잔히 수평으로 눕는 나의 바다로 돌아 가자구나. 인생은 다이어트의 계절, 허풍을 덜어낸 만큼 본연의 나를 찾는 꿈이 즐거운 인생이어야 한다.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부분) 




▽ 정병렬 프로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표현 신인작품상 수상 
  詩集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 
  물 길어 가는 새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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