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침실의 낙엽 白山 김기수 지난 날은 낙엽이었다 한낱 바스락거리는 낙엽에 지나지 않았다 삭풍에 밀리어 외딴 모퉁이를 구르다가 또 연인들 키스의 텃밭에 멍석이 되기도 하는 일회용 침실이었다 하루, 모질게 작심한 나는 스스로 낙엽이 되어 술잔에 떠밀리는 아픔으로 낯선 담벼락에 부딪힌 채 그저 체념의 침실로 나를 뉘였다 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의 입김으로 보듬도록 음모한 것이다 생에 숨어있는 가증의 이야기들 그 숱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동안 -醉中無言眞君子라 하였거늘- 실눈 사이로 술병이 쓰러지더니 가로등도 쓰러지고 넘어진 내 어깨 위로 별이 쏟아진다 낙엽이 잠꼬대 같이 지절거리는 밤 잠긴 눈에 술이 뚝뚝 흐르고 낙엽은 그녀 가슴에서 뒤척이는데 나를 술병 속에 숨기겠다고 –속 없는 놈이- 속을 내민다 비틀거리는 현실과 온전한 현실 사이에서 내가 가진 전부를 불사르고 싶다고 연신 조아린다 별은 다 지고 밤이 거친다 술잔의 흔적만이 일회용 침실에서 흐느적거린다 밤새 각인한 애무의 흔적 지금도 갈증의 모습으로 내 심중에 첩첩이 쌓이는데 … 그녀는 결국 안개였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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