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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여자

시와 우주

김기수 시인 | 기사입력 2013/02/14 [10:41]

내가 사랑하는 여자

시와 우주

김기수 시인 | 입력 : 2013/02/14 [10:41]

내가 사랑하는 여자   
 
 
白山 김기수

 
내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백목련처럼 넉넉하고 하얀 마음을 가진 여자입니다.
올 봄에 만들어진 꽃 몽우리는 살며시 벌려 날리고
미풍에도 떨어질듯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 늙은 느티나무처럼 휴식을 줄 것 같고
들길에 찔레꽃처럼 온화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사랑하는 여자의 깊은 가슴속에 안기어
속절없이 자고 맙니다. 천상천하에 평온한 잠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철새처럼 제 둥지 버리지 않고
집 앞 전신주 때까치 같은 텃세도 부리지 않습니다.
내 여자는 가늘고 여릿여릿 합니다.
봄날 일찍 온 노오란 개나리 같고,
떨어지지 않는 자줏빛 튜울립 같기도 하고,
가을날 단단히 영근 개암 같기도 하며,
귀엽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시추 같이 여리기도 합니다.
내게 그리 슬픈 모습 하다가도, 내 여자는
높은 파도를 누르는 산맥 같기도 하고,
전장에 군졸 이끄는 장수 같기도 하고,
해진 저녁 집에서는 사임당 신씨 같기도 합니다.
내게는 사랑하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가을 끝자락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노랏붉은 단풍나무처럼 마지막까지 인기가 있고
산중턱 매끄럽고 오래된 금강송처럼 고고합니다.
꺾일 듯 모든 바람에 휘어지며 우는 대나무 같지만
절대로 쓰러진 모습 볼 수 없는 여자 입니다.
 
내게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차디찬 겨울날, 눈 속에 묻혀 억눌린 자세로 있다가
내게 발견되어 꽃을 피우는 여자 입니다.
하얗게 목련처럼 내리는 눈 속에서
굵은 밧줄 타고 내려오는 선녀입니다.
 
있어도 없어도, 시름도 기쁨도, 불안도 희망도
과거도 미래의 시간들까지도 차라리
모든 것으로 내 여자 앞에 서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합니다.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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