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여자 白山 김기수 내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백목련처럼 넉넉하고 하얀 마음을 가진 여자입니다. 올 봄에 만들어진 꽃 몽우리는 살며시 벌려 날리고 미풍에도 떨어질듯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마을 입구 늙은 느티나무처럼 휴식을 줄 것 같고 들길에 찔레꽃처럼 온화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사랑하는 여자의 깊은 가슴속에 안기어 속절없이 자고 맙니다. 천상천하에 평온한 잠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철새처럼 제 둥지 버리지 않고 집 앞 전신주 때까치 같은 텃세도 부리지 않습니다. 내 여자는 가늘고 여릿여릿 합니다. 봄날 일찍 온 노오란 개나리 같고, 떨어지지 않는 자줏빛 튜울립 같기도 하고, 가을날 단단히 영근 개암 같기도 하며, 귀엽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시추 같이 여리기도 합니다. 내게 그리 슬픈 모습 하다가도, 내 여자는 높은 파도를 누르는 산맥 같기도 하고, 전장에 군졸 이끄는 장수 같기도 하고, 해진 저녁 집에서는 사임당 신씨 같기도 합니다. 내게는 사랑하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가을 끝자락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노랏붉은 단풍나무처럼 마지막까지 인기가 있고 산중턱 매끄럽고 오래된 금강송처럼 고고합니다. 꺾일 듯 모든 바람에 휘어지며 우는 대나무 같지만 절대로 쓰러진 모습 볼 수 없는 여자 입니다. 내게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차디찬 겨울날, 눈 속에 묻혀 억눌린 자세로 있다가 내게 발견되어 꽃을 피우는 여자 입니다. 하얗게 목련처럼 내리는 눈 속에서 굵은 밧줄 타고 내려오는 선녀입니다. 있어도 없어도, 시름도 기쁨도, 불안도 희망도 과거도 미래의 시간들까지도 차라리 모든 것으로 내 여자 앞에 서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사랑합니다. <저작권자 ⓒ pluskore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와 우주가 있습니다
김기수 시인 프로필 - 충북 영동 출생 - 카페 '시와우주' 운영(http://cafe.daum.net/cln-g) - 계간 가온문학회 회장 - 월간 [한국문단] 특선문인 - 일간 에너지타임즈 2017년 문예공모 시 부분 장원 - 시집: '별은 시가 되고, 시는 별이 되고''북극성 가는 길' '별바라기' 동인지: '서울 시인들' '바람이 분다' '꽃들의 붉은 말' '바보새' '시간을 줍는 그림자' '흔들리지 않는 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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