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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형체를 내려놓고 산산이 가버린 넌 본시 바람이었나

정은하 시인 | 기사입력 2013/02/15 [11:29]

고드름

-형체를 내려놓고 산산이 가버린 넌 본시 바람이었나

정은하 시인 | 입력 : 2013/02/15 [11:29]
▲ 눈덮인 백양사(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설경아래 절 처마밑 고드름이 주렁주렁.     ©이미애 기자

 
 
고드름
                                                         정은하

 

통째로 내보인 몸뚱이 하나로

행여나 놓칠랴 하얗게 매달렸다

그날의 사연을 잡고 있는 듯

너 아니면 안 되는 질긴 끈 마냥

 

진눈깨비 구경하다가

들이치는 바람 부딪다가

해맑은 해 바라보다가

이내 떨어져 내린다 자그만큼씩

왕잠자리 눈물방울처럼 자그만큼씩

흐르내리다가 어느 새 잠깐에

툭, 툭 떨어진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형체를 내려놓고 산산이 가버린

네 모양은 없는 듯한데

무리지어 또 그렇게 따른다

넌 본시 바람이었나 

 
플러스코리아의 큰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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