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운서동Ⅰ유적, 양양 지경리 유적에서 조, 기장 등 곡물 재배 흔적 확인
조남용 기자 | 입력 : 2015/11/02 [13:11]
[플러스코리아타임즈 = 조남용 기자]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식물고고학을 통한 선사시대 농경화 연구’의 하나로 (재)중앙문화재연구원, 강릉대학교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실시한 ‘인천 운서동Ⅰ유적’과 ‘양양 지경리 유적’ 출토 토기에 대한 압흔(壓痕, 눌린 흔적) 조사 결과, 우리나라 초기 농경의 발전 양상을 밝혀줄 조(粟), 기장(黍) 등의 곡물자료를 발견하였다.
인천 운서동Ⅰ유적은 중부 서해안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기원전 4000~ 3600년)의 대규모 취락 유적으로 평가된다. 정형화된 농경구의 출현과 대규모 주거지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중국의 화북, 요서 지방에서 이루어진 조(粟) 중심의 초기 농경이 이곳에 도입되었고, 이 초기 농경이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확산되었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으나, 발굴 조사에서 재배 종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결과, 신석기 시대 전기의 대규모 취락 유적인 인천 운서동Ⅰ유적에서 다량의 조, 기장 등 곡물 압흔 131점이 확인되었다. 이로써 인천 운서동Ⅰ유적은 곡물 압흔이 확인된 우리나라의 대규모 취락 유적지 중에서 가장 시기가 이른 유적으로 밝혀졌다. 또한, 신석기 시대 중기의 취락 유적인 양양 지경리 유적에서도 조, 기장 등의 잡곡과 들깨 등 압흔 294점이 조사되었다. 이는 중부 서해안에서 시작된 초기 농경이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확산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인천 운서동Ⅰ유적의 조사결과는 초기 농경에서 조, 기장 등 잡곡을 직접 재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귀중한 실증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당시 도토리를 위주로 한 채집 또는 수렵 중심의 생활에서 조, 기장 등의 잡곡 농경이 도입되어 생업의 안정성이 향상되는 등 생업방식이 크게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아울러 양양 지경리 유적은 다른 유적과는 달리 기장의 산출량이 조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기장 중심의 농경이 발달하였으며, 수렵·채집뿐만 아니라 농경의 비중도 상당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확인된 조, 기장, 들깨 압흔 대부분은 껍질에 쌓인 상태로 탈곡된 후 도정 단계에서 토기에 혼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 모두 가을작물이라는 점에서 추수 이후인 10월을 전후한 시점에 토기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개체의 토기 점토 안에 다량의 작물(70여 점)을 혼입한 사례도 확인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는 이번 조사에서 정밀사진 확보를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EM) 촬영을 실시하였고, 식물에 대한 자세한 동정(同定, 생물의 분류학상 소속이나 명칭을 정함)은 관계 전문가인 오바타 히로키(일본 구마모토대학) 씨와 이경아(미국 오리건대학) 씨의 자문을 받았다.
연구 성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신석기시대 고고식물 압흔분석보고서’로 발간하여 국내외 국공립 도서관과 국외 연구기관 등 관련 기관에 배포하며,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www.nrich.go.kr,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서 전자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생업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 우리나라 초기 농경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토기 압흔분석이 보다 활발히 진행된다면 한반도의 농경 기원과 선사 경제생활의 복원에 도움이 될 학술자료가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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