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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7년 "아! 이제 새 날이다"

시인 최영옥 | 기사입력 2007/12/29 [00:29]

아듀! 2007년 "아! 이제 새 날이다"

시인 최영옥 | 입력 : 2007/12/29 [00:29]
 ▽ 최영옥 프로필

- 慶北 慶州 출생
- 계간 문학세상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現 동서울교회 신문 편집부장
- 詩集 “사람아 사람아”
풍성하던 가을이 끝자락을 보이며 계절이 초겨울로 접어들 즈음 고향을 찾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살아 왔던 고장, 내가 태어나고 자라며 유년시절을 보냈던 시골 마을이다. 정다운 추억들이 옹기종기 배어 있는 낡은 기와집은 산자락을 두르고 고요히 내려 앉아 있었다.

병상에 계시는 어머니의 외로움을 덜어 드리려고 일 년에 서너 번 씩 찾아 가곤 했던 집이다. 이젠 먼지 쌓인 정적만이 빈집을 채우고 있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홀로 집을 지키던 팔순의 아버지가 시내 오빠 집으로 나오시고 나니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이 되고 만 것이다. 세월의 풍화로 이지러진 추녀엔 인색한 초겨울 햇살이 간당간당 걸려 있었다.

뒷 사립문을 열고 어머니 잠들어 계신 곳으로 가 보았다. 잡초에 묻혀 보이지 않는 길을 헤치며 걸으니 어머니 누워 계신 예쁜 봉분이 나타났다. “엄마!”하고 불러 보는데 쟁여진 그리움이 화산처럼 일어나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오랜 세월 질병에 혹사당해 늘 앙상한 몸으로 누워 계시던 어머니셨다. 어머니는 저 세상으로 가신지 오래고 나는 불혹을 훌쩍 넘어 서 있다. 무심히 흘러 버린 세월이 새삼스럽게 야속하기만 했다.


<빈 집 > 최영옥


정지된 세월이 퇴적처럼 쌓인

낡은 기와집

대문 미는 인기척에

잠자던 적막이 부스스 깨어나고

삐걱이는 쇳소리에 마음 긁힌다


숱한 날들이 밀려왔다 밀려가고

까만 밤이 제격인 고향 하늘엔

밤마다 별들이 사운 댔을 것이다

외양간 구유는 그대로인데

눈망울 선하던 누렁이의 체취는

맡아지지 않는다

여물 주던 등 굽은 아버진

큰 아들네서 지내는 여생이 편키나 하실까

 
홀로 늘어진 빨래 줄은

삭아 내린 세월이 힘겹고

바지랑대는 동강난 채 누웠다

철커덕거리며 걸어 온 세월


녹슨 펌프의 목 뺀 외로움은

옛 주인의 손길 한번으로 위로가 될까

온기 없는 빈집에 바람이 일고

삐뚤삐뚤한 내 유년의 크레파스 낙서가

흙벽에 선명하다


뒷동산 억새풀의 흔들림이 쓸쓸하다 

<시 “빈집” 전문>

 
날마다 가슴속을 휩쓸고 지나가는 이 황량한 바람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왜 생겨나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참으로 위태위태하게 삶의 끈을 부여잡고 악착을 떨며 살아 왔나 보다. 그 희망이 허상일지라도 행여 달아날까 움킨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말이다. 참으로 힘겨웠던 날들이 흘렀다.

혹독한 질병에 유린당하던 청년기에 이미 삶의 지렛대를 잃어버렸다.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떠한 것에 소망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상실감에 괴로워하였다. 쉴 새 없이 일어나는 허무의 바람에 휘둘리며 체념이라는 낱말에서 위로를 찾던 슬픈 날들이었다.

날마다 눈뜨는 새벽이면 나를 삼키려 칼날 세우는 고뇌

날마다 시간마다 호흡해야하는 내 절망들

날마다 끌어 안아야하는 나의 슬픔들

날마다 깊어 가는 아픔과 상처

스스로 감당할 수조차 없는 고통에 침몰되어 있다가도 겉으로는 의연한 모습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내 자존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였기에 슬픈 모습을 미소로 어설프게 감추며 살아 왔다는 생각도 해 본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꿈 많고 싱그럽던 젊은 날이 있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참으로 깜찍한 생각이 가슴을 채우던 시절은 아득한 세월 너머로 묻혀 버렸다. 많은 아픔과 고통과 슬픔들이 내 삶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점점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만들어 놓고 말았다.

순수하던 유년과 젊은 날의 기억은 왜 퇴색되지도 않는 걸까? 바래어진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금 명료하게 떠올라 안타까운 손짓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망각이라는 참으로 편한 약이 있다는데도 싱그러웠던 젊은 날을 쉬이 지우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영원한 그리움인 까닭일 것이다. 고달픈 현실에서 더듬어 보는 과거는 그나마 한 순간의 위안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것만큼 부질없는 일이 또 있을까?

공허로 가득한 가슴속에 언제부턴가 똬리 튼 그리움은 겨울 나목처럼 야위어 안타까운 발돋움을 하고 있다.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내 그리움의 실체를 찾아 서성인다.

날마다 부피를 더 해 가는 고독을 끌어안고 밤하늘에 시선을 주노라면 문득 한기어린 두려움이 엄습한다. 불면의 긴 밤을 뜬 눈으로 밝히게 하는 그리움의 실체는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나 혼자만의 그리움으로 남고 말거라는 것을...

사람들의 끝 모를 이기심과 편협함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복잡한 상황을 만났을 때 자신을 합리화시키기에 급급하고 자신의 잣대로만 생각하고 단정 지어 버린다.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나는 항상 옳았고 너는 늘 틀렸다는 견고한 마음의 빗장은 모든 일을 어렵게 만들거나 오해와 아픔을 낳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나 역시 부족한 사람이라 실수를 인정하기 보다는 내가 옳았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편협한 속내를 순간순간 드러내며 살아 왔다. 생각하면 참으로 얼굴 붉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매일 되풀이되는 단조롭고 무료한 일상의 연속이다. 새 해에도 변함없이 일상은 계속 될 것이다. 일상이 모여 세월이 되고 그 세월이 모여 나이테를 늘여 가는 일... 즐거울 일도 성낼 일도 없는 재미없는 일상이지만 감사하며 살 일이다.

때로 얼굴 붉힐 일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구차한 변명 늘어놓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며 살고 싶다. 위선과 타협하지 않고 다소 외로워질 지라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삶이고 싶다.
고단한 삶에 지쳐 눈물조차 잊어 버렸을 때 누군가 건네주는 따스한 미소와 안부를 묻는 짧은 몇 마디에 슬그머니 온기 번지던 때 있었다. 그래서 산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요, 한 번 살아 볼만한 세상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일 게다. 

 
<세밑에 서면> 최영옥


세밑에 서면

할 일 많은 사람모양 조급하고

마음 갈피 마다 소리 없는 아우성

하고픈 말 묻어둔 저미는 가슴 때문이네


세밑에 서면

자꾸만 작아지고

자꾸만 초라해져서

골목 구석에 내몰린 휴지조각 같네


세밑에 서면

문득 철 든 내가 보이네

지나온 날들에 얼굴 붉히고

새 날엔 좀 더 성숙된 영혼이고 싶은

나이테 하나 더 늘은 내가 보이네


세밑 그 쓸쓸한 종착역에 서면

쏟아지는 후회에 숨이 차네

새로운 일기장 하얀 여백엔

눈 맑고 귀 맑고

결 고운 이야기들로만 채우고 싶네

살아갈 날에 대한 소망을 담아

두 손 겸허히 모으는 낮아 진 내가 보이네


해 저물어가는 탓이네 

<시 “세밑에 서면” 전문>


지나갔다. 다 지나 갔다. 내 어깨위의 짐들이 버거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던 시간도 뒤로 밀려나 버렸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과연 틀린 말이 아니었다. 삶의 모서리에 긁힌 생채기를 세월이 보듬어 주었고 그 상처 난 곳은 붉은 새 살이 돋으며 아물었다.

이렇듯 한 세월이 가고 나면 다른 한 세월은 기다렸다는 듯 오고 마는 것이다.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의 질량을 짊어진 채 의연하게 내 가야 할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우리들의 몫인 것이다.

불필요한 영혼의 때를 과감히 벗겨내고, 두터워 진 삶의 무게들을 덜어 내자. 어제의 어두운 기억들을 지우고 가볍고 밝은 색깔의 새 옷을 입자. 다가 올 날을 아름답게 재단하며 소망을 담은 힘 찬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아! 새 날이다. 



▽ 최영옥 프로필

- 慶北 慶州 출생
- 계간 문학세상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現 동서울교회 신문 편집부장
- 詩集 “사람아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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