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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삶의 모순과 비극

치유할 수 없는 상처[트라우마]

유미희 대학생기자 | 기사입력 2007/06/11 [00:28]

[부산] 삶의 모순과 비극

치유할 수 없는 상처[트라우마]

유미희 대학생기자 | 입력 : 2007/06/11 [00:28]
우리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정신적 외상,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지니고 있다.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피하거나 혹은 맞서거나. 여기, 트라우마에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서는 끔찍한 가족이야기가 있다. 바로 연극 [트라우마](연출 구현철)다.
 
▲ 연극 [트라우마]가 공연되는 명륜동 열린소극장     © 유미희 대학생기자
부조리한 삶의 비극성을 기괴하고 끔찍한 가족이야기로 전개하는 극단 차이의 연극 [트라우마]가 열린소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철사로 둘러싸인 침대, 널브러진 책의 속지들, 새빨간 욕조와 불안한 듯 반짝이는 촛대. 좁은 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이러한 소품들이 극의 분위기와 전개를 암시하고 있었다.
 
연극은 대마에 중독 된 채 정신을 잃고 폐인이 된 아버지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이란성 쌍둥이 ‘미’와 ‘광’이 등장하고, 그들은 알 수 없는 놀이를 반복한다. 외진 산장에 숨어 현실과 극단적으로 격리되어 살아가는 이들에게 유일한 소통은 놀이의 반복과 책읽기밖에 없는 것이다.
 
‘미’는 세상에 대한 아무런 기대와 희망이 없는 삶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오빠에게 묻는다. 오빠 ‘광’은 그것은 관념일 뿐이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대답하지만, 미의 대답은 “영감(집사)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여기에 가둬 두고 해야 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가르쳐 준 것 뿐”이라 말한다.
 
그렇다. 이들을 세상과 단절시켜버린 사람은 바로 집사이고, 집사에 대한 증오로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길 잃은 등산객을 맞이한다. 3년 만에 손님을 맞이한 그들은 ‘잠들어 있는 이성을 복원시키기 위한 몸부림’인 그들의 놀이에 등산객을 동참시킨다.
 
하지만, 그 등산객은 ‘미’가 빈 산장에서 혼자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진실을 말한다. 빛과 벽 사이에 덧없이 서서 제 그림자를 쫓는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무대에서 보았던 오빠 ‘광’은 ‘미’가 만들어 낸 환각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미’는 끝내 등산객을 살해하기에 이르고, 욕조 안의 아버지도 목을 졸라 죽이게 된다. 가장 큰 욕망이 가장 큰 권력이 되는 이러한 삶의 모순과 비극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미’는 텅 빈 무대 위에서 익숙한 ‘광’의 목소리를 들으며 평안을 찾아가고, 극은 막을 내리게 된다.
 
공연이 다소 길다보니, 1막과 2막으로 나누어 진행됐는데, 10분간의 휴식이 오히려 극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공연 중간 중간에 흐르는 음악이 녹음된 곡이 아니라, 라이브로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해서 들려줬는데, 이것은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주인공들의 뛰어난 연기와 탄탄한 구성,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무겁지 않은 극의 전개가 돋보이는 연극 [트라우마]는 우리 스스로에게 존재와 정체성을 물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트라우마]는 24일까지 명륜동 열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부산=유미희 대학생기자]
 

▲ [트라우마]의 주인공들 아버지와 광, 등산객, 미     © 유미희 대학생기자

 
[공연정보]--------------------------------------
 
공연명: 연극 [트라우마]
연출: 구현철
공연기간: 2007년 6월 5일 ~ 6월 24일
공연장소: 부산 명륜동 열린소극장
관람료: 2만원
공연문의: 051-555-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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